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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게시물 방사선사를 마치며.. 백기완선생의 장산곶매를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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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신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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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0여년이란 시간을 방사선사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남들보다 운이 좋아 그 중 26년이라는 시간을 기사장 자리를 꿰차고 혜택을 누려왔습니다. 방사선치료기중 250KVp Maxium을 시작으로 이제는 용도 폐기된 많은 것들을 도입하고 경험하며 오늘을 맞았습니다.

그 중 제 삶을 좌우한 회고들을 적으며, 방사선사로서의 시간을 정리하려 합니다. 가장 큰 부분은 방사선사의 처우가 엄청난 격변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과거 우리사회에는 정규직이라는 이름조차 존재하지 않는 노동환경을 보장하여 왔으나 IMF를 겪으며 대한민국의 노동현장은 급변하여 이제는 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매우 드문 상황으로 전락하였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가 근무한 직장들에서 계약직이나 임시직으로 후배를 모집하지 않는 행운을 가졌습니다.

제게 방사선학은 E=mc2이라는 신의 천지창조를 매 순간 경험하는 세계이며, 신의 모든 피조물의 속살을 살펴보는 영상의 세계였습니다.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세상의 시작이고 끝이고, 지속적인 자기개발이 필요한 분야라고 생각하여 왔습니다. 당연히 방사선치료를 행하는 것은 매우 막중한 도덕율과 능력을 요구한다며, 정규직의 당위성을 직장 내 관계자들에게 설득하였고, 입사하는 모든 후배들이 이러한 논리에 동조하며, 보여준 열정과 노력들이 있어 자연스럽게 직장의 관계자들에게도 방사선사는 정규직이라는 당위성을 확보하여왔다 생각합니다. 사회생활의 마침표를 준비하는 지금까지 제 손으로 불합리한 계약직이며, 임시직을 공모하지 않게 하여준 하늘과 후배들 그리고 관계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

방사선사라는 직업을 유지하는 동안 방사선학과 그 파생분야에 개입하며 크고 작은 일들을 행하고 한 사람이 부릴 수 있는 작지 않은 호기들을 부려왔습니다. 제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진 것처럼 모든 방사선사들에게 이러한 기회가 주어지길 바래봅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모든 이들도 할 수 있다‘는 오만이 때론 함께 하였던 이들에게 엄청난 고통를 주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이 글을 빌어 그 간 저의 오만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게 너그러운 용서를 청합니다.

자신이 살아온 시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삶이였습니다. 이제 풍경에 들어 그 간 접어두었던 나의 실존을 만나 지난 나의 오만을 모두 접고 부끄러움 없는 삶을 만나려 합니다. 잎새이는 바람 속 윤동주를 만나고, 소풍 끝나는 날 천상병의 순진무구한 미소를 마주하려 합니다. 모든 방사선사들의 앞 날이 행복과 풍성한 결실들로 가득하길...

댓글목록

신현교님의 댓글

신현교 작성일

대부분의 영상자료들은 국내에서 처음 이루어진 것들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방사선사라는 직업을 통해 얻은 지식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형문화제들이 들어 있는 것은 이를 통해  국내에 모션캡쳐를 도입하는 과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며, 이 분야는 현재 재활의학등 다양분야에서 동작분석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십년이나 이십년쯤 후에 Image based tracking RT정도로 명명될 치료기법이 태어난다면 무형문화를 motion Capture한 한국컨텐트진흥원의 기술력이 큰 힘이 되어 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이제야 일부 구현되고 있는 벡터그래픽을 접목한 기법들로 단재 신채호선생께 조선상고사를 사사하신 무원김교원선생의 신단민사(실기)와 단애윤세복 선생의 단조사고를 복간하여 고전의 유실을 막았던 경험을 방사선사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기록으로 남깁니다. 이러한 벡터그래픽 기법은 Dicom이 Dicom RT분야로 확대 되면서 의학영상에도 일부 수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신현교님의 댓글

신현교 작성일

물리학회의 태생에서 부터 고대가 4년제로 확정될 때까지 때론 선의경쟁으로 때론 피 튀기는 설전으로 우리의 권익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가장 높은 벽은 내부로 부터 전해왔습니다. 권익은 스스로가 지키고자 할 때 지켜지는 것입니다. 우리의 권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잘못일 수는 없습니다. 오늘 제 스스로의 삶을 뒤돌아보며 가장 높이 평가를 해주고 싶은 것은 방사선사의 길에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한 사람 사람의 지고한 인격체로 동등한 조건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왔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차별없는 세상..
이것은 인류의 마지막 날까지 추구되어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학회임직원 여러분께서 불편함을 드린 점, 너른 양해를 구합니다...

이성용님의 댓글

이성용 작성일

선배님 존경합니다. 퇴임 후에도 더욱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물론 건강 생각도 하시면서요..시간이 빠름을 새삼 느낍니다. 퇴임후의 시간은 더 더디 가기를 ...

최은혜님의 댓글

최은혜 작성일

방사선사의 선배님, 또한 인생의 선배님으로서 같은 길을 따라가는 후배의 마음으로는 너무나 멋지시고 자랑스럽습니다.

오태성님의 댓글

오태성 작성일

그 동안의 많은 가르침이 저를 포함한 많은 후임들에게 좋은 길로 인도해 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정말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